힘이 정의다 (Might is Right) by 래그나 레드비어드 (성귀수 옮김) 기억에 남은 책

도서관에서 발견한 괴문서였다. 호소력 있는 제목 (Might is Right)과, 번역자 (성귀수씨)에 이끌려 이 책을 대여하여 읽게 되었다. 성귀수씨는 대학생 시절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발견한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의 저자였는데, 마치 이상의 작품세계를 보는 듯 하여서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나는 그의 시집을 이해할 수 없었고, 큰 감동도 얻지 못했지만 그 독특한 시와 이름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은 강력한 '힘'만이 정의일 뿐, 이를 부정하려고 하는 일체의 시도는 모두 위선이자 약자의 변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아마 10년전에 들었더라면, 그저 미친 소리로 치부하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간은 과연 동등한 가지를 가지는가. 그렇다면 왜 항상 모든 인간관계에는 권력관계의 서열이 존재하는가. 왜권력과 부는 소위 '선함'과 항상 함께 하지 않는가. 자연은 왜 그토록 무자비한가. 약자에 대한 약탈과 범죄는 왜 끊이지 않는가. 

한 번이라도 약자의 입장에 서서 설움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인간 사회가 얼마나 약자에 대해 잔인한 지 잘 알 것이다. 조금이라도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면, 매우 당당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무례한 짓을 하며 약자의 것을 빼앗고 그를 짓밟는다. 그러한 행동이 당당하면 당당할수록, 오히려 그러한 행위가 마치 올바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굴욕을 겪은 사람 중 일부는 자신 또한 강해져야겠다는 일념 하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자포자기 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자발적 굴종을 선택한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적당히'란 있을 수 없다. 늘 끊임 없이 경계해야 하고,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남이 대신 스스로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안이한 판단이다. 이를 포기하는 순간 끝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매우 제한적인 행동반경만이 주어질 뿐이다. 인생은 이처럼 거친 면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은 매우 폭력적이다. 강자는 무자비하게 약자를 짓밟고 노예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긍정한다. 그리고 도덕적, 윤리적 이유를 들어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는 사상에 대해서는 위선적이고 나약한 거짓 가르침이라고 맹렬히 매도한다. 기독교나 민주주의와 같은 주류 사상에 대해서도 저자는 굽힐 줄을 모른다. 오히려 예수를 최악의 사기꾼이라고 이야기하고, 민주주의 또한 과감히 부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선언한다. 저자는 인종주의와 우생학, 남녀차별주의를 긍정하며 법령과 제도, 종교와 도덕은 열등한 대중의 노예화를 위해 만들어진 수단에 불과하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주장이 과격하다고는 하나, 많은 경우 법과 규칙이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집행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예외'가 되는 경우를 보면서, 나는 저자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와 같은 생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자신이 우위에 섰을 때 이를 약자에 대해새 실현하려는 자들이 세상에는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최대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강약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순간 순간에서는 강/약이 판가름이 나겠지만, 항상 강자도 언젠가 쇠약해 지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강자들을 돌이켜 보라. 결국 그 누구도 영원하지 못했고, 결국 치명적인 도전에 직면하여 패배하곤 했다. 결국 누구나 영원히, 완벽한 의미에서 '강자'일 수는 없다. 그리고 설령 '강함'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강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절제와 거만함을 버려야만 하는 것도 진실이다. 결국 음과 양처럼, 어쩌면 강함과 약함은 서로 상호 보완적이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과제는 스스로 강해지는 노력을 하되, 어떠한 강자가 되느냐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없이 악해지려는 본능을 갖춘 '강함' 앞에 우리의 자유와 행복이 심각하게 침해될 리스크를 안은 채 소심하고 비굴하게 살아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스칼이 남긴 아래의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Justice without force is powerless; force without justice is tyrannical.
"힘 없는 정의는 무기력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폭압이다."


덧글

  • 나인테일 2019/04/15 17:31 # 답글

    강자로 있기 위해서는 유지비가 많이 들죠.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강함은 파산하는거고 티라노 사우루스의 강함이란 그렇게 사라진거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