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by 김승호 기억에 남은 책

매우 알차고,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저자의 높은 정신 수양과 성숙한 철학이 느껴져서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저자 김승호 회장은 단순히 열정적이고 일을 위해서 모든걸 던지고 앞으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 뿐 아니라 종교와 인생철학에 이르기까지 깊은 내공을 갖춘 사람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그의 성공비결을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이 분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알고 싶어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일관적으로 성숙하고 도덕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지루할 정도로, 정신적이고 영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그것에 몰두하는 마음, 일을 통해서 자신 뿐 아니라 타인까지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족함과 실패까지 모두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돈과 성공을 불러온다고 가르친다. 이런 태도는 이전에 읽었던 이재호 씨의 책에서도 강조되던 교훈이었다. 부는 결국 그 부를 가질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자격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정말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다. 분명 좋고 아름다운 것들이지만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마음 먹으려면 인생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처럼만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모순적인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참 이상한 존재인 것 같다. 아마도 스스로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겐 언제나 가혹해지기 쉬운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딜레마를 겪는 것이리라. 이런 인간적인 나약함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벗어 나야 남들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수각'의 비유가 무척 와 닿았다. 절에 가면 개울 혹은 담벼락에서 흐르는 물을 돌로 모아 놓은 것을 수각이라고 하는데, 이 수각을 얼마나 깊게 파느냐에 따라 모이는 물의 양이 달라지듯이,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음 속에 '富의 수각'을 얼마나 크게 지었냐에 따라 얼마나 돈이 모이는지 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김승호 씨는 작은 돈을 벌었더라도 내 마음의 수각이 크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돈을 관리하는 방식은 삶의 태도이고 이런 태도들이 모여서 수각이 커진다고 가르친다. 때문에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헛되이 쓰는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각해보면, 가난이 가르쳐 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이 10원의 가치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돈을 절대로 헛되이 써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가난이 최고인 것 같다. 그러나 물론 가난이 가르쳐주지 못하고, 오히려 빼앗아 가 버리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마음의 수각을 키우기 위한 성찰적인 자세, 관용, 여유 이런 것들을 가난은 모두 앗아가 버린다. 많은 사람이 가난을 이유로 타락하고, 또 죄를 짓게 되고 마는 것이 그 증거다.

한편, 이러한 의미를 포함하여 돈을 번다는 것은 결국 '자유'를 획득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승호씨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돈을 벌어 돈의 노예가 되는 것만큼 슬프고 허망한 일이 없다. 그 과정에는 번 돈을 통해 얻게 된 잘못된 쾌락과 흥분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돈을 쓰면 결국 돈이 떠나가게 되고, 떠나간 돈을 붙잡으려 더 많은 일을 벌이고 하면서 결국 노예화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이렇게 부를 통해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부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 또 나아가서는 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책에서는 이 목표 관리에 대해서도 특별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한다. 하루에 100번씩 목표를 쓰고 이를 100일간 반복하는 일을 수행하다 보면, 진정하고 꼭 이루고 싶은 목표만이 남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목표가 몸과 마음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매우 재미있는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를 확보할 만한 부를 이루고 나서, 그 이후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소설로 써 보고 싶다는 것이다. 모두가 돈, 돈 하는 세상 속에서, 평범했다가 부를 일구고 난 후의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예술적이고 재미있게 세상과 공유하고 싶다. 어찌되었든, 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하고 철학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있어서 돈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요즘이다. 이 책 속의 김승호씨나 아니면 이전 읽었던 '필연적 부자'의 이재호씨처럼 정신적이고 금욕적인 부자도 있겠지만, 최근 화제가 되었던 한국미래기술 회장 양진호 같은 사람도 큰 부자가 되었다. 물론 그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지금은 힘들어 보여도 어떻게 잘 넘어가서 계속 잘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은 정말 한 사람이 사회에 크게 기여했을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말 운과 같이 random한 현상에 불과한 것일까? 확실한 건 돈은 자유를 주고, 돈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에 대한 정당화를 해 주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돈을 벌기 어렵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프게도 아직 인간이 만든 사회는 모두가 자유롭게 행동해서는 결코 원활하게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크게 보자면 아직도 우리는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이집트사회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돈을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보다는, 인간의 나약함과 아집, 감정 등을 뛰어 넘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단순한 직관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고) '필연적 부자' by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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