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by 서은국 기억에 남은 책

행복이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발생한 것이라는 진화론적 주장을 하고 있는 책이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은 결국 키나 지능과 마찬가지로 유전에 의해 크게 좌우 되는 특징 중 하나이며, 사람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역치가 낮아서 작은 행복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또 그 역치가 높아서 왠만한 일에는 무덤덤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행복이라는 감정 및 상태 역시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인 만큼, 우리는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일을 할 때 그 보상으로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되었고, 행복은 우리에게 생존에 유리한 '무언가'를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그렇다면 행복이 우리로 하여금 하도록 유도하는 '생존에 유리한 무언가'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즉,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므로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하였다는 것이 이 책의 가르침이다.

행복의 민낯은 결코 고결하지 않으며, 행복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실로 놀라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행복은 우리가 동물로서 더 잘 기능하게 하고,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된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세상이 많이 다르게 보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행복은 우리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착각할 만큼 매력적이고 멋진 경험이자 상태이다. 따라서 인간은 그 행복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눈 앞의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이러한 가설은 행복은 왜 그렇게 짧기만 한지, 또 왜 인간은 스스로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한번의 행복으로 우리가 영원히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궁극적인 행복을 얻는 순간 모든 활동을 포기한 채 그 행복한 상태에 푹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을 그런식으로 향유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행복은 늘 순간적이고, 짧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를 생각보다 쉽게 잊는다. 그리하여 계속하여 행복을 또 느끼고자 앞으로 나아가며 생명활동을 불꽃처럼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행복의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설명한 후, 행복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해 준다. 먼저, 결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체도 없는 미래의 관념적 행복을 위해, 현재를 무조건 희생하고 불행을 감내하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아둔한일인지 냉정히 돌이켜 보아야 한다.

또,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짜피 행복은 아무리 큰 행복이라도 잊혀지고, 빛이 바랜다. 그보다는 다소 강도는 작더라도 행복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훨씬 인생 전체로 보아서는 행복한 시간이 길어지는 셈이 된다. 주변의 작은 것에 감사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아울러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거창한 환상을 가질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나를 잘 살펴보아야 하겠다고도 다짐해 본다.

마지막으로, 외향성의 문제다. 결국 행복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찾아온다. 외향적인 사람은 성격상 타인과의 대면을 더 만들기 쉽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도 덜 받기에 결국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내므로 더욱 행복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과 만나는 것이 힘겨운 내향적인 사람도 결국 사람을 만나야 행복해 진다는 것이 최근의 과학적인 연구의 결론이라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무리하게 만나는 사람을 늘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의식적으로 더 많은 이들과 접하고, 마음이 통하고 진실하게 교류할 수 있는 타인의 수를 늘려나가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행복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만족스럽게 유지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라는 것은 매우 울림이 큰 발견이다. 아울러 행복도 결국 목적이 아닌 하나의 감정/상태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다 다르다는 것 역시 나에게는 큰 위안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지식이었다. 내 인생이 공허하고 불안하게 느껴졌을 때, 언제나 나는 사람과의 문제로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과의 문제는 해결하려고 하면 해결하려고 할 수록 더욱 힘들게만 느껴졌고, 실제로 더욱 꼬여만 갔다. 그러나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소 나쁜 놈이 될 생각으로 무심하게 대했을 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당시 집착하고 있었던 일들이 사실은 사소한 것들이었음을 깨닫고 난 다음에 갈등을 일으켰던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이 예전처럼 밉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과의 재회가 반갑기까지 했다. 물론 싫은 추억도 함께 떠올라서 굳이 다시 자주 만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여튼, 인생은 그러하다. 우리는 결국 살기 위해 사는 것이다. 더욱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솔직해 져야 하고, 더욱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타인이다. 타인과는 기본적으로 잘 지내려고 하되, 결코 그들과의 관계를 함부로 정의해서도 안되고 또 잘 안풀리는 관계에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서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잘 안맞으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를 사랑해 주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내 나름대로 잘 살아 나가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 책의 한국어도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 외국인들 중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한국말 공부 삼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면 좋은 서은국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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