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향로 by 장아이링 기억에 남은 책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보아서 오히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소설집이다. 중국의 여류 소설가 장아이링 (张爱玲)의 소설집인 이 책은 그녀의 중단편 소설 9개를 수록하고 있다. 이 중 '재스민차', '첫번째 향로', '두번째 향로', '심경', '봉쇄'의 5편은 중국어로도 함께 읽었다. 중국어판은 북경출판사출판집단(北京出版社出版集团)에서 엮은 같은 저자의 소설집인 '倾城之恋'을 가지고 읽어나가고 있다. 현재 '유리기와'를 중국어로 읽고 있으며, 중국어 소설집에는 이 '첫번째 향로'에 없는 것도 몇 개 더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다른 번역본도 찾아서 함께 읽어 볼 생각이다. 아직 중국어로만 책을 읽으면 세세한 내용과 감정이 전혀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30년대 홍콩 및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감각은 놀랄만큼 모던하고 또 젊다. 아마 이 소설들을 집필했을 당시 작가가 아직 20대의 여성이었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그리고 아름다운 귀족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30년대 중국이라는 거칠고 덧없이 화려하고 또 가련한 세계는 그녀에게 매우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 서양 문물의 세련됨을 동경하면서도 그것을 무작정 찬미할 만큼 바보는 아닌 자존심 세고 감수성 예민한 젊은 여자에게 중국이란 현실은 너무나도 아프고 자극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혼란스러움과 좌절,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희망과 아름다움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소설집 전체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소설집은 결코 질척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기묘하고 또 비현실적으로 쿨한 느낌을 준다. 

나에게는 솔직히 이 소설의 정서가 그리 와닿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문학적 천재성은 매우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없게 하는 현실과 망해가는 무질서한 사회 속에서 우아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 특유의 옹졸함과 자기도취성이 그녀의 소설을 어둡고 병약하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묘하게 글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여성스러움 또한 약간 이질적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소위 페미니스트적 취향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열광할 만할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소설집은 매우 맘에 들었고 또 나에게 새로운 문학적 즐거움을 주기도 했지만, 번역이 솔직히 흠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는 사람 이름 표기가 뒤바뀌거나 (아마 또 대학원생 시켜서 나누어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홍콩 지명을 이상하게 표시한 것 (ex 홍콩의 완차이를 만다린으로 읽었다고 해도 완쯔가 아닌 완자이wanzai가 되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중국 또한 일본 못지 않게 매우 독특하고 특이한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는 세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스케일이 정말 커서 실체가 쉽사리 파악되지 않을 뿐이지, 정말 그들 특유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없는 특유의 화려함과 풍미가 그들에게는 있다. 장아이링의 소설 속에서 나는 그 무언가의 쇠락한 모습과 퇴색된 색채만을 볼 수 있었지만, 중국이 완전 공산화 되기 전에 그들이 가졌던 뭔가 특별함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그 중화적인 화려함을 담고 있는 원나라 시기의 멋진 한시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靑玉案·元夕(청옥안·원석)
- 辛棄疾 (신기질, 1140~1207 남송시기의 시인)

東風夜放花千樹 (동풍야방화천수)
更吹落, 星如雨 (경취락, 성여우)
寶馬雕車香滿路 (보마조거향만로)
鳳簫聲動 (봉소성동)
玉壺光轉 (옥호광전)
一夜魚龍舞 (일야어룡무)
娥兒雪柳黃金縷 (아아설류황금루)
笑語盈盈暗香去 (소어영영암향거)
衆裏尋他千百度 (중리심타천백도)
驀然回首 (맥연회수)
那人却在 (나인각재), 燈花爛珊處 (등화란산처)

동풍부니 밤의 등불들
마치 천 그루 나무에 꽃을 피운듯, 바람에 불려 비처럼 쏟아지는 불빛
화려한 마차 지나가니 길 위는 온통 향기로 가득
퉁소 소리 울리고
옥색 달빛 흔들릴때
물고기와 용의 모양을 한 등불은 밤을 세워 춤추네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들 그윽한 향기와 함께 웃고 떠들며 지나가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수천 수백 번 그녀를 찾다
문득 고개 돌려보니
그 사람 홀로 서 있네, 등불도 없는 쓸쓸한 그곳에

<English Translation> 영문 번역도 넘 멋지다...

Night lights a thousand trees in bloom
A shower of stars blown
By the east wind
Ornate carriages drawn by gallant horses
Filled the boulevards with a sweet fragrance
Voice of the magic flute flowing
Luster of the jade white urn turning
All night the fishes and the dragons danced
Butterflies, willows, charms of gold
Gone -- that angelic laughter, that subtle perfume
In the crowds for her I’d searched a thousand times
Perchance I turned
And there she was
Where lights were few and d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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