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과 증오에 관한 메모: 일본생활에서 얻은 교훈 일상의 기록


내가 일본 가서 배운 것 중 경멸과 증오에 대한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본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경멸은 머리에서, 증오는 가슴에서 나온다. 사람은 자기보다 못났다고 머리로 판단한 자에 대해서는 경멸을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사람은 경멸을 받았을 때, 자신을 경멸한 타인을 가슴으로부터 증오하게 된다. 정말이지 사람은 자기랑 대등하거나 우월한 사람만을 증오한다. 이는 그 사람에 대해 경멸로 되갚아 주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 대신 강렬한 증오의 감정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 
내가 남을 경멸하면, 남은 나를 증오한다. 
내가 남을 증오하면, 그 놈이 나보다 낫다는 것을 내가 싫더라도 본능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경멸은 머리로 내린 판단의 결과인데, 그 판단은 종종 잘 틀린다는 것과 
(경멸한다는 것은 내가 남보다 잘났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오만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을까?),

증오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그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열등한 상태에 두게 만드는 파괴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라는 니체의 말을 되새겨 보자)

쉬운말로 하면, 세상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지 함부로 남을 경멸하거나 증오해서는 결국 자기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최고의 되갚음은 자기 일을 잘 해서 멋지게 살아 남고, 날 경멸하는 사람과 증오하는 사람에게 '나 별일 없이 아주 잘 산다' 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Edward Hopper, New York Movie, 1939)


덧글

  • 루트 2016/10/20 11:13 # 답글

    좋은 글이군요. 잘 읽었어요.
  • 빛에대하여 2016/10/20 12:06 #

    감사합니다! 요새 오사카에서의 혐한 감정 관련 뉴스를 보며 느낀 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ㅁㅁ 2016/10/20 15:16 # 삭제 답글

    예전 이오공감 있던 시절이면 공감감인데 아쉽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빛에대하여 2016/10/22 12:42 #

    감사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셔서 기쁘네요
  • vindetable 2016/10/20 20:50 # 답글

    한국 정치판의 증오와 경멸에 대해 생각해 보았네요. 잘 읽었습니다.
  • 빛에대하여 2016/10/22 12:44 #

    정말 그렇게도 대입할 수 있겠네요. 경멸과 증오라는게 꽤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많은 주제인 듯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