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지만,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 현 일본 거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 매우 좋은 책이다. 아울러 거시경제에 대한 용어와 개념의 기초를 알기 위해서도 매우 도움이 되는 한 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다니고 회계사 공부하면서 접했던 거시 경제학이 이렇게 중요한 툴을 제공하는지 정말 몰랐다. 그 때는 정말 뜬금없는 소리로만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때 대충 공부한 것이 정말 후회된다.
여튼 이 책은, 지금까지 본 여러 책 중 가장 생생하고 시의적절하게 일본경제와 한국경제를 비교하고, 한국이 아베노믹스를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세지 - 즉, 섣불리 따라해서는 안된다 - 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먼저 이 책의 메세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요 내용은 책의 P.248이후에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 있다.).
일본경제는 버블 붕괴 이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1. 일본이 장기침체를 겪은 것은 흔히 지적하는 것처럼 총수요 측면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총공급측면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 총공급이 부진했던 것은 경제활동인구와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생산성의 증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산 시설의 해외이전 등).
3. 총수요에서는 민간소비와 민간기업의 투자가 부진하였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은 수출과 정부지출에 의해 다소 보충되었으나, 떨어진 수요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 총수요가 총공급에 부족했기 때문에 GDP갭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였으며, 총수요의 부족은 기업의 생산의욕 저하 및 사기 저하로이어져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5. 일본은 총수요 진작 정책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다. 2001~2006년에 1차 양적완화가 있었고, 2013년 이후 아베 내각은 1차때보다 더욱 대담한 양적완화를 펼치게 된다.
6. 1차 양적완화를 실시한 2000년대 초반의 고이즈미내각은, 한편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우정민영화 등의 구조 개혁을 실시하였다.
7. 아울러 소비세를 높이고 세출을 억제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추진되었으나 그 때마다 경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재무건전성 정책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었다.
8. 일본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일본 정부 부채의 바탕이 되었다. 일본의 저축률은 더이상 높지 않으나, 여전히 가계는 다량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부채를 뒷받침하고 있다.
9. 2014년의 소비세율 인상 (5% -> 8%)은 경기를 약간 후퇴시키기는 하였으나 정부의 조세수입을 증가시켜, 국채의 증가 속도가 약간 늦춰졌다.
10. GDP의 210%가 넘는 중앙정부의 부채가 여전히 국내에서 소화되고 국채의 5%만이 외국인 소유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은행의 은행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일본 국채의 28%를 소유하고 있다.
11. 양적완화의 가장 큰 목표는 디플레이션에서 확실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은, 실은 2001년 ~ 2006년 Paul Krugman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펼친 양적완화정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실은 일종의 성공 경험에 기반한 노련한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디플레이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 만이 현재의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하여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매우 강력한 정책을 펼치는 길을 선택했다. 저자가 책의 제6장에서 설명하는 일본식의 '대담한 양적완화'에서는 그 특징과 한계를 매우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즉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을 때까지 끝없이 통화량을 늘려서 중앙은행과 집권정부의 의지를 보이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여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본질이다. 그리고 마이너스금리까지 도입하여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그저 각 은행의 금고 속에서 잠드는게 아니라 실제 현금통화량의 증가로 이어지도록 철저히 유도하고 있는 것이 2016년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통화의 양을 무한정 늘려가며 아베노믹스가 달성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반복되지만 통화가치의 하락, 즉 엔저의 달성이다. 엔저를 통해 일본 기업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여 활력을 다시 얻고, 또 인플레이션을 달성하여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풀어도 경기 부양 효과를 볼 수 없는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고 비유하듯, 이는 되돌이킬 수 없는 도박이자 극약처방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자, 위험한 도박이다. 통화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하락하고, 그로 인해 일본 경제가 신뢰를 잃어 국채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면 일본은 실제로 국가 도산의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많은 아베노믹스의 비판자들이 지적하듯, 본원통화를 늘리고 국채를 무한청 일본 은행에서 산다고 하여 실제 통화량이 크게 증가하거나 엔저가 발생한다고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6년 현 상황에서 보듯이, 여전히 엔은 세계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어 끊임없이 엔 수요가 창출되고 있으며, 엔저를 장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무척이나 어렵다.
그렇다면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어떠한가. 일본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엔저도 사실상 2016년에 들어와서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고용은 매우 양호한 편이나, 일부가 지적하는대로 이것이 아베노믹스의 성과인가는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즉, 인구구조의 변화와, 부유한 일본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그리고 한번 고용한 인원은 될 수 있는 한 유지하려는 일본적 문화에 기여하는 바도 매우 크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결코 실패한 정책이나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된다. 일본은 분명히 근거와 확실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실험을 실시중이며, 이를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기초체력을 갖춘 일본 산업,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대외 순자산 및 가계 순자산의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저자는 일견 현재의 한국은 1995년의 일본의 상황과 여러 면 (인구구조, 마이너스GDP갭이 수년간 유지, 낮은 여성고용률)에서 유사하게 보이기는 하나, 일본보다 더 나은 점도 있고 (낮은 기업 부채비율, 매우 적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 자산버블의 부존재, 아직 내릴 여유가 있는 기준금리 수준, 건전한 정부재정, 한국은행의 국채 구입 여력), 그리고 일본보다 못한 면도 (일본의 2배에 달하는 청년실업률, 일본보다 심하고 확대되고 있는 소득격차, 긴 노동시간과 저생산성) 있으므로 결론적으로 다른 상황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같은 극약처방은 따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나 또한 이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떠한가. 저자는 한국이 아직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일본식의 양적완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수준이 일본 수준으로 높지 않고, 그리고 원화의 지위와 우리의 대외 순자산과 외환 준비금의 수준이 엔화의 지위와 일본의 대외 순자산 및 외환 준비금 양과 비교할 바가 아니므로 급격한 양적완화는 매우 위험하다는 견해이다. 다만, 한국은 아직 재정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으므로 이쪽에 조금 더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그러나 선심성 마구잡이 투자를 벌이기보다, 사회보장을 지금보다 더욱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방만한 재정은 과도한 복지지출에 원인이 있었음을 상기하여, '복지지출의 확대를 위해서는 적절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당연한 원칙 하에서 사회보장 확충이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청년충에 더욱 많이 제공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대기업에 비하여 한국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계속 낮아 왔음을 지적하며 우리 대기업에게는 그렇게 할 여력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노동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은것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있음을 이야기 하며 노동시간을 더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고용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전세를 폐지하고, 월세를 보편화 하고 법제정도 충실히 하여 젊은이들이 집을 사느라고 결혼과 소비를 유예하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와세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실제 일본에서 17년이상 활동한 저자가 쓴 이 책은 일본 사회의 이해의 깊이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일방적인 일본 예찬 수준의 논의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과 한국 젊은이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냉소와 비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비해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면에서는 뛰어나고 어떤 면에서는 못한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면도 무척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책이야 말로 정말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및 일본의 거시경제를 잘 이해하고자 하고, 또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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