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비밀 by 신혜선

아주 특별한 계기로 읽게 된 소설이다. 우연히 이 소설을 쓴 소설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 소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소설과 그 작가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편의 재미있는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고, 사건의 전개가 지루하지 않았다. 뻔한 듯 하면서도 뻔하지 않고, 작위적인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비하고 싶은 한낮에 읽으면 정말 좋을 듯한 매끄러운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반전이 있는 인물 설정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남들에게는 뻔히 보이는 단점이 스스로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이 상처를 주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 받는 사람은 스스로가 상처 받는 것을 알지만, 상처를 주는 사람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이 슬픈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되었다. 스스로가 인식하는 자신이야 말로 사실은 가장 오해 투성이의 존재라는 점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재미있는 소설이 좀 더 많이 쓰여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처럼 또 웹툰처럼, 좋은 퀄리티의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 더 널리 퍼지고, 사람들이 이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 또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제공한다. 깊게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다룬 살인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부터, 가볍게는 설정과 인물의 특성에서 유추되는 정형성에 대한 비판, 한국적인 특성에 대한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미묘한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가능하다. 최근 책 관련된 Podcast 프로그램에서 이와 같이 소설이나 책을 가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경우가 있고, 또는 독서 모임이 여러 형태로 실험 되면서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나 또한 어떤 식으로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같이 모임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로 강해진다.

한국 젊은 작가의 소설들을 계속 읽으면서 꾸준히 리뷰를 축적해 가고 싶다. 한국 문학에서 뭔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함께 보고 싶고, 같이 참여하고 싶다. 더 적극적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작가들과 재미있게 교류하면서 살고 싶다. 

by 빛에대하여 | 2019/04/25 00:16 | 트랙백 | 덧글(0)

힘이 정의다 (Might is Right) by 래그나 레드비어드 (성귀수 옮김)

도서관에서 발견한 괴문서였다. 호소력 있는 제목 (Might is Right)과, 번역자 (성귀수씨)에 이끌려 이 책을 대여하여 읽게 되었다. 성귀수씨는 대학생 시절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발견한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의 저자였는데, 마치 이상의 작품세계를 보는 듯 하여서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나는 그의 시집을 이해할 수 없었고, 큰 감동도 얻지 못했지만 그 독특한 시와 이름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은 강력한 '힘'만이 정의일 뿐, 이를 부정하려고 하는 일체의 시도는 모두 위선이자 약자의 변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아마 10년전에 들었더라면, 그저 미친 소리로 치부하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간은 과연 동등한 가지를 가지는가. 그렇다면 왜 항상 모든 인간관계에는 권력관계의 서열이 존재하는가. 왜권력과 부는 소위 '선함'과 항상 함께 하지 않는가. 자연은 왜 그토록 무자비한가. 약자에 대한 약탈과 범죄는 왜 끊이지 않는가. 

한 번이라도 약자의 입장에 서서 설움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인간 사회가 얼마나 약자에 대해 잔인한 지 잘 알 것이다. 조금이라도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면, 매우 당당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무례한 짓을 하며 약자의 것을 빼앗고 그를 짓밟는다. 그러한 행동이 당당하면 당당할수록, 오히려 그러한 행위가 마치 올바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굴욕을 겪은 사람 중 일부는 자신 또한 강해져야겠다는 일념 하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자포자기 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자발적 굴종을 선택한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적당히'란 있을 수 없다. 늘 끊임 없이 경계해야 하고,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남이 대신 스스로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안이한 판단이다. 이를 포기하는 순간 끝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매우 제한적인 행동반경만이 주어질 뿐이다. 인생은 이처럼 거친 면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은 매우 폭력적이다. 강자는 무자비하게 약자를 짓밟고 노예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긍정한다. 그리고 도덕적, 윤리적 이유를 들어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는 사상에 대해서는 위선적이고 나약한 거짓 가르침이라고 맹렬히 매도한다. 기독교나 민주주의와 같은 주류 사상에 대해서도 저자는 굽힐 줄을 모른다. 오히려 예수를 최악의 사기꾼이라고 이야기하고, 민주주의 또한 과감히 부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선언한다. 저자는 인종주의와 우생학, 남녀차별주의를 긍정하며 법령과 제도, 종교와 도덕은 열등한 대중의 노예화를 위해 만들어진 수단에 불과하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주장이 과격하다고는 하나, 많은 경우 법과 규칙이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집행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예외'가 되는 경우를 보면서, 나는 저자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와 같은 생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자신이 우위에 섰을 때 이를 약자에 대해새 실현하려는 자들이 세상에는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최대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강약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순간 순간에서는 강/약이 판가름이 나겠지만, 항상 강자도 언젠가 쇠약해 지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강자들을 돌이켜 보라. 결국 그 누구도 영원하지 못했고, 결국 치명적인 도전에 직면하여 패배하곤 했다. 결국 누구나 영원히, 완벽한 의미에서 '강자'일 수는 없다. 그리고 설령 '강함'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강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절제와 거만함을 버려야만 하는 것도 진실이다. 결국 음과 양처럼, 어쩌면 강함과 약함은 서로 상호 보완적이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과제는 스스로 강해지는 노력을 하되, 어떠한 강자가 되느냐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없이 악해지려는 본능을 갖춘 '강함' 앞에 우리의 자유와 행복이 심각하게 침해될 리스크를 안은 채 소심하고 비굴하게 살아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스칼이 남긴 아래의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Justice without force is powerless; force without justice is tyrannical.
"힘 없는 정의는 무기력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폭압이다."

by 빛에대하여 | 2019/04/15 00:11 | 기억에 남은 책 | 트랙백 | 덧글(1)

ある日突然40億円の借金を背負う―それでも人生はなんとかなる (어느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by 湯澤 剛(유자와 쓰요시)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시련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불운한 사건이라면 시간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잊혀지겠지만, 때로는 장기간에 걸쳐 영혼을 갉아먹고, 평온한 일상을 박탈하거나 파괴하고, 깊은 절망을 주는 길고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평범함의 영역을 완전히 뛰어 넘는 이러한 고통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인간이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나는 깊은 흥미를 느낀다. 용감한 삶에는 필연적으로 시련과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이러한 이야기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우연히 만나게 된 대학 선배로부터 소개를 받게 되어 읽게 되었다.

만족스럽고 안정적일 뿐 아니라, 보람까지 있었던 샐러리맨 생활을 보내던 저자는, 저자의 부친의 사망과 함께 400억원의 채무를 떠안고 있는 부실회사의 경영을 떠맡게 된다. 부실하고 엉망진창인 회사를 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은 이 저자가 겪은 고통의 크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충격적 에피소드들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실은 이 저자가 겪은 엄청난 고생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부정을 저지른 직원에게도 이들이 그만두면 당장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데 지장이 생기기에 세게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의심을 살 일이 없도록 해 주기 바란다’ 라고 빌어야만 했던 일, 채권자 은행에 목줄이 잡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 앞에서 한없이 약자가 되어야 했던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 준 은행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 거래처에게 사정하며 지급을 미루고 조정 받는 과정에서 겪는 굴욕과 불안함, 새로운 시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게 실패했을 때의 절망감, 회사 운영의 압박 속에서 싹트는 인간에 대한 환멸과 불신, 그리고 그 안에서 이전 당연하게 누렸던 행복들을 완전히 반납하고 모든 것을 회사 일에만 투입해야 했던 박탈감…… 이런 이야기들을 담담히 써 내려간 저자의 이야기에 대해 나는 정말 깊이 감동했고, 또 그 와중에서 결국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남아서 회사를 살려낸 저자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우울과 불안함으로 가득 찬 나날을 보내던 중, 우선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어떻게 될 지 한 번 냉정히 정리해 본 뒤, 딱 5년만 이 고생을 하고 그 이후에는 어찌 되든 미련 없이 그만두자고 결심하고 5년치 달력을 손수 준비하여 그 달력이 줄어드는 것에 위안을 받으며 하루 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항상 그 동기를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는 교훈 또한 그 중 하나다. 일이 급해지면 항상 의사결정의 진짜 동기가 ‘현실도피’나 ‘자기합리화’가 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동기는 항상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등장하므로, 의사결정이 정말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냉철한 판단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 동기가 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란 정말 어렵다. 매사에 일을 할 때 진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일이 잘 안될 때, 그 원인을 항상 외부에서 찾거나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골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악순환을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는 항상 자신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며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감정상태를 관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을 파고 들어서 그것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실시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큰 사고가 터져서 한 번 우왕좌왕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심리적인 태도와 현명한 대처는 정말이지 이론뿐 아니라 경험 (간접경험 포함)을 통해 생생히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16년간의 분투를 통해 문제투성이의 회사를 정상적인 회사로 돌려 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정신적으로도 또 경영자로서도 크게 성장한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문제 해결을 통해 성장해 가는 저자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저자의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빚을 해결한 지금, 과거 채무 상환에만 급급하여 인간마저도 돈벌이의 도구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모하고자 노력하는 저자는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깊은 고민을 통해, 또는 부단한 시도를 통해 하나라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찾으면 이를 적극 활용하여 상황 역전을 노리는 일점돌파∙전면전개 (一点突破・全面展開)의 전략 또한 큰 참고가 되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본 저자의 회사는 이제 정말 완전히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분투와 용기는 정말 감동적일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을 뿐 아니라, 그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에 큰 용기를 얻었다.

Never, never, never give up!,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 이 말은 저자 유자와씨를 지탱해 준 경구이자, 현재 유자와씨의 인생 신념이 된 말이라고 한다. 나 또한 이 말을 본인의 생생하고 솔직한 경험을 통해 전달해 준 유자와씨의 복음을 접한 만큼, 다시 한 번 힘을 얻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 보려고 한다. 끝까지 버텨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비워서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내 보려고 한다. 분명 길은 열릴 것이다. 지치고 힘이 빠져서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 갈 때 유자와씨의 메시지를 기억하며 다시 한 번 일어설 것이다. 

by 빛에대하여 | 2019/03/30 16:12 | 기억에 남은 책 | 트랙백 | 덧글(0)

3층 서기실의 암호 by 태영호



작년에 서점에 깔려 있었던 것을 보면서,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다. 운 좋게도 학교 선배의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선배가 빌려 줘서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들의 속내가 정말 궁금했는데, 정말 이렇게 생생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익했다. Jim Rogers는 추후 통일이나 혹은 북한의 개혁개방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북한을 매력적인 잠재 투자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러한 일들이 실제 일어난다면 동아시아에서 한국어의 가치가 좀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베일에 싸인 북한정권의 의사결정 과정, 북한 정권의 세습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북한 사회의 퇴행을 간결하고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독재 정권 하에서 그 정권에 부역하는엘리트가 살아 남는 방식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어떤 사회. 어떤 시대에서든지 한 개인으로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능력이 있고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적인 삶 (권력이나 부의 추구)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한 만큼 삶의 양상이 더욱 복잡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권(또는 더 넓게는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의 부도덕성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에 굴종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성공과 행복을 누리고자 분투할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삶이 얼마나 슬프고 또 비극적인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러한 부도덕한 집단 안에서 최선을 다해 복무했던 개인들 - 과연 이들이 쉽게 용서 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불편한 질문 또한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강자를 숭배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묻는 문제로 귀결되기도 하고, 더 크게는 보편적인 도덕이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보다 훨씬 정의로운 결과를 낳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결과로 가는 과정이나 그 과정을 구동시키는 원칙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더 '선해 보이고', '정의로워 보이'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러한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엇이 정말 옳은 것인가,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정말 높은 수양과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내 관점에 의한' 현실에 매몰되어 싸우고, 화내고, 걱정하고, 일희일비하며 살고 있는데, 태영호 공사의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러한 나의 태도가 굉장히 어리석고 근시안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속에서 태영호 공사는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북한이 아직 독재 왕조로 선회하기 전, 60년대~70년대 초 정도의 가난하지만 희망이 있던 사회주의 국가였던 시절에 대한 묘사다. 나는 짧지만 솔직한 이 묘사를 통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모든 일이란 정말이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또 잘못되려면 아주 극단적으로 잘못될 수 있다는 경고를 북한의 사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김일성 - 김정일이라는 이기주의적 리더가 사회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이렇게 쉽게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에서 절망감도 들었다. 인간은 정말 권력에 한없이 약한 존재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는 특정 개인들이 있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학급이라는 사회에서도 권력자는 있었고, 언제나 어디서나 권력을 가지고 집단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이 권력은 어떻게 기능하는 것인지도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이에 순응하는지도...결국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대항해서 실패하게 될 경우에 겪게될 고통과, 권력에 협력해서 얻게 될 행복을 저울질 하여 후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권력의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단순하지만 참 크나큰 비효율의 원천인 것 같다. 어쩌면 인류의 다음 발전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가지는 과학적이고 제도적인 근거를 확립했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의 현실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알려 준다는 점에서 읽을거리로서도 매우 재미있고, 또 귀중한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책이다. 



by 빛에대하여 | 2019/03/24 10:26 | 기억에 남은 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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