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고백

(J. M. W.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 tugged to her last Berth to be broken up, 1838)

<저녁의 고백>

햇살은 매우 고급스럽게 빛났다
그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맑음이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하늘을 물들이는 것이 두려웠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언가를 잊으려는 사람처럼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모든 것은 다시 달리 정해진다

평일에 마주한 산과 강은
휴일과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산들을 바라보며 저마다 품은 생각들이
오늘을 만들었다

흘러가는 바람처럼 어깨에 힘을 빼라고
빛이 바랜 나뭇잎이 속삭였다
문득 계절이 바뀐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금방 피가 식고 겁이 났다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2018.10.07)


by 빛에대하여 | 2018/10/07 19:45 | 일상의 기록 | 트랙백 | 덧글(0)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by 이도헌

중앙일보에 난 아래 기사를 보고 어렴풋이 존재만 알고 있었던 이 책을 기억해 냈다.  

금융계에서 혁신적이고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이도헌씨가 충남 홍성의 돼지농장의 대표가 되어 인생 제2막을 꾸리게 된 이야기와, 그 경험을 통해 그가 깨달은 우리 농촌의 현실과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골고루 담아낸 책이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용감히 걷는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 과감히 혁신을 하며 새로운 발전을 일구어 내는 사람은 정말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 돼지농장은 아니지만, 꽤 이 이도헌씨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현재 하고 있기에 이 책을 매우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금융/투자업의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 실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어려움, 3D업종의 현장 인력을 대하는 일의 터프함 등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세련되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매우 흥미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적절한 통계와 일화, 그리고 인용되는 기초 자료들을 통해 저자가 돼지농장을 경영하며 고민했던 것들을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우리나라의 농업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무지했으며, 정부의 정책이 환경과 도-농간 격차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귀중한 우리 농촌이 무관심과 무지속에서 급격히 쇠락해 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농촌에도 이도헌씨와 같은 새로운 경영자가 더욱 필요하며, 이들이 계속해서 혁신을 통해 크게 성공해 나가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래야 농촌의 목소리도 더욱 합리적으로 반영이 되고, 좀 더 균형있고 인간적인 산업 발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도헌씨의 깊은 학구열과, 연구하는 자세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농장이 부실경영으로 부도 위기까지 몰렸을 때 침착하게 출자자들의 증자를 이끌어 내고 기존 경영진을 성공적으로 교체하는 모습에 매우 노련하다는 인생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에 직원들의 채무를 회사가 갚아주고 그들을 정직원으로 전환시키는 모습이나, 몇 번의 증자를 이끌어 내는 모습에서는 정말 통 큰 사업가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아주 손쉽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혁신, 새로운 시도, 역경을 이겨내기 등등 글로 읽거나 말로 하면 아주 간단한 것들이지만 실제 부딪혀 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말로 이렇게 간단히 표현되는 것이 너무나 허무할 정도다. 그러나 이전에 읽었던 이재호씨의 '필연적 부자'도 그렇지만, 이 이도헌 씨의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볼 수 있듯,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열정과 노력, 그리고 깊은 고민과 탐구로 이겨 냈을 때 얻는 보람과 보상은 분명 상상을 초월하게 크고 만족스러운 것임을 알 수 있고,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보상이 '존재하는', '열심히 살아볼 만한 사회'가 아닌가 싶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고, 이러한 사업가적 성공으로 가는 길이 내 기대보다 상상 초월하게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도헌씨같은 사람은 정말 10만명 중 하나의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평범한 사람이 따라할 수 없는 사람일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타인과 나 자신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 또한 13년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 블로그는 뭔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일단은 작은 것 부터라도 변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일이지만, 이 블로그의 구성이나 블로그에 올릴 글들도 한 번 재점검을 해 보고 싶다. 눈 앞의 문제나 도전 과제를 즐기면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 이도헌씨의 인생 2막 새출발을 위한 원칙을 여기 블로그 운영에서 한 번 실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2막을 위한 이도헌씨의 원칙>
1.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2. 결과물이 계속 쌓이는 일이어야 한다
3. 평생 지속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이렇게 타인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을 좀 더 많이 읽어보겠다고 다시금 결심해 보게 된 좋은 책이었다.



by 빛에대하여 | 2018/10/01 06:51 | 기억에 남은 책 | 트랙백 | 덧글(0)

필연적 부자 by 이재호


* 블로그 주인장 선정 '밝은 미래 위한 필독서' 수상 작품 *

이전 수상작품 링크: 
'지금도 꿈을 꾼다 태양의 열정으로 by 홍갑표'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픽션에만 빠져 있다보니 문약해지는 느낌이 들고 자꾸만 성격과 감각이 예민해 지는 부작용이 생기기에, 활기차고 배움이 많은 비문학 중심으로 독서의 방향을 바꾸었다. 추석 명절 기간 동안 기차안에서 읽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책인데, 인생을 바꿀만한 메세지가 담겨 있는 훌륭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재호씨는 무학의 시계공으로 시작하여 한국 주얼리계의 알짜 기업인 '리골드'를 창업하고 55년간 이어온 분이다. DART에서 확인해 보니, 올해 처음 감사를 받게 된 회사지만 매출이 530억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77억, EBITDA는 79억정도의 회사다. 자산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거의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고.. 전형적인 수퍼알짜 제조업체의 재무제표다. 지분이 100% 현 대표이사 (창업자의 셋째따님)에 승계되어 있는데, 이렇게 승계까지 깔끔히 끝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 쓴 이재호씨의 철학과 철두철미한 성격, 그리고 놀라운 사업 솜씨가 그대로 엿보이는 재무제표였다.

이재호씨는 무일푼이었고 30대 중반까지 처절한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었지만, 두 차례의 도난 사고로 전 재산을 잃은 이후 세번째 시계방 창업에 성공을 거두어 이미 1977년에 30억원의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보통은 이정도의 성공으로도 만족하기 마련이지만, 이재호씨는 달랐다. 30억원을 번 이후 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업에 뛰어들어 또 30억 정도를 벌었을 때, 그는 1년정도 일을 쉬면서 인생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 때 그는 돈을 쫓으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없고, 돈은 오히려 남에게 좋은 기여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자연스럽게 벌리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천성이 열정적이고 또 선했던 이재호씨는 이 깨달음을 근거로 세상에 선한 기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귀금속 체인 가공업체를 설립하고, 그것이 현재의 리골드로 이어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지금 이렇게 발전된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는, 모든 면에서 쾌적하고 발전된 우리나라의 현실이 당연하게만 여겨진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이란 없다. 자본도 없고 기술력도 없었던 한국은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과 기업가 정신으로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이재호씨의 목걸이 또한 마찬가지다. 체인 가공 기술이 없다시피 하던 국내에서 아름다운 귀금속 목걸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재호씨가 투입한 노력과 열정에는 정말 고개가 숙여졌다. 책의 첫 부분에 나온 '이탈리아 기술 견학'부터 그 열정과 순수함에 감동하게 된다. 인터넷도 없고 해외여행 조차 자유롭지 않았던 80년대에 그가 아름다운 목걸이 제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서울 방배동 공장에 견학도 하고, 나아가 귀금속 가공의 본고장 이탈리아까지 간절한 노력 끝에 방문하여 제조기술을 국산화 하는 이야기는 정말 놀랍고 패기 넘치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러한 이재호씨의 태도에서 스티브 잡스급의 열정과 고집스러움을 보았다. 이런 훌륭한 기업가가 우리 나라에 정말 많았을텐데, 그들의 이야기가 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성이 개차반이었다고 알려진 스티브 잡스와 달리, 이재호씨의 이야기는 인격적인 면에서도, 또 삶을 알차게 살아가는 태도의 면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그것은 '부(富)란 그것을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도움이 크게 되면 될수록 그에 비례해서 자연스럽게 맡겨지게 되는 것' 이라는 그의 확고한 가치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항상 고객을 위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일념하에 기업을 운영하고 기술 개발에 힘썼다. 금의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악취를 차단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이야기 또한 그러한 철저한 이타정신에서 나왔음을 알기에 무척 인상 깊었다. 그리고 힘들게 얻은 기술을 과감히 공개하고, 늘 더 큰 관점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했던 그의 삶과 경영 철학은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정말이지 손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이런 것을 과감히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비범함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최근에 읽은 베스트셀러 '언스크립티드 (엠제이 드마코 著)'에서도 부의 본질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여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매우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흥미로웠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 뭔가 앞으로 내가 지향해야 할 바가 조금 더 명확해 진 느낌이었다.

최근 나는 삶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타개책으로 10년만에 묵주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10년 전 어려움 속에서 묵주기도에 의지하며 소원을 빌고 그것을 이루었던 나는, 지난 10년 동안 한번도 묵주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게 오만해져 있었고, 적당히 부패하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져 있었다. 사소한 비교에만 도취되어 있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흉내냈다. 지난 10년간 이런 저런 성취를 이루었을지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는 분명 정체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다시 내 능력을 뛰어넘는 고난에 도전하고, 또 스스로의 미약함과 초라함을 뼈져리게 느끼며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지금의 고난을 통해 다시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방향을 조정해 나가고 싶다. 하루 하루 불안하고 힘들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빛을 봐야 한다. 모두가 이러한 시련을 통해서 더 단단해지고, 더 귀중한 것을 배웠다는 것을 이 '필연적 부자'를 읽으면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먼 훗날 나 또한 이런 성공담을 바탕으로 작품을 하나 남겨보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새겨 보았다.

by 빛에대하여 | 2018/09/30 21:09 | 기억에 남은 책 | 트랙백 | 덧글(0)

그해, 역사가 바뀌다 by 주경철



기록을 살펴 보니 주경철 교수의 책을 3년에 한권 정도 읽고, 읽을 때마다 깊은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투자가 및 기업가,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나는, 아무래도 주경철 교수가 소개하는 유럽의 역사 - 특히 대항해시대 관련한 역사-에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바다를 열어 젖힌 유럽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시대는 언제나 내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역사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해주는 주경철 교수의 저작은 언제나 너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번 책은 우연히 한 대형 매장의 문화센터 대기실에서 발견했다. 한시간 정도 읽고 나서는 완전히 빠져들어서 결국엔 문화센터를 떠나서도 이 책을 구해서 읽었다. 역시나 이 책 또한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왔고, 이 책을 읽고 나는 주경철 교수의 책을 앞으로 집중적으로 찾아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다. 1492년의 콜럼버스의 신대륙(아메리카 대륙)항해를 스페인 왕실이 공식적으로 허락한 해, 1820년 유럽이 최초로 중국의 GDP를 앞질렀던 순간, 1914년 마지막 수십억 ~ 10조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던 나그네 비둘기가 인류에 의해 멸종 되면서 본격적인 인류세 (Anthropocene)가 시작되던 해, 1945년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류가 행사할 수 있는 폭력의 수준이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인식한 해이다. 인류는 1945년 이후로 스스로의 폭력 행사에 대해 새로운 지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살피는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각 장에서 인류가 결국 어떻게 한 걸음씩 역사를 바꾸며 앞으로 나아가 왔는지를 보여준다. 에덴동산을 찾아 맹목적일 정도로 놀라운 신념으로 밖으로 뛰쳐나간 콜럼버스가 열어 젖힌 대항해 시대는 유럽문명과 비유럽 문명의 만남을 본격화했다. 이 만남은 유럽과 비유럽에 모두 강한 충격을 주었지만, 유럽 쪽에 더욱 강력한 변화를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럽은 이를 통해 신화적, 종교적 상상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등으로 세상을 개척하고자 하는 동인을 얻는다. 그 과정은 '로빈슨크루소'에서처럼 미화되기도 하지만, '파리대왕'에서 처럼 냉정한 반성을 낳기도 한다.

이후 1820년이 되면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며, 중국, 이슬람등 타 문명권과 달리 통일된 제국이 부재한 채 분열되어 있는 각 세력들이 끊임없이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왔던 유럽이 본격적으로 타 문명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유렵은 그들이 있는 지역 내에서의 경쟁을 유럽 바깥에서도 감행하며, 갈등과 분쟁, 그리고 경쟁을 수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럽의 압도적인 우위를 강화하며 새로운 세계질서,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1914년은 이러한 유럽의 승리가 확고화되며, 본격적인 과학 문명의 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인류에 의한 환경 변화가 본격화 되고, 그 영향이 강력해 지기 시작한 것이 명백해 지는 시기다. 나그네비둘기의 멸종은 그 상징적인 사건에 불과하며, 그 이후 인간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지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이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를 구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945년은 인류가 과연 스스로의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를 절멸시킬 것인가 할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기이다. 우리는 과연 더욱 비인간적이고 더욱 강력한 폭력을 휘두르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는가. 이에 대해서 스티븐 핑커는 그의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또 한번의 불길한 위기감을 겪고 있다. 유명 지정학자 조지 프리드먼의 '100년후 (The Next 100 Years)' 에서는 노골적으로 전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그때의 전쟁은 과거 세계대전처럼 전면전, 총력전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힘든 현실의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고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남과 다른 삶, 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테마이며, 매우 좋은 스승이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건명원 (建明苑)이라는 곳에서 저자 주경철 교수님이 하신 강의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생기고 그곳에서 이렇게 의미있는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꼭 언젠가 나도 이런 곳에서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또 하나 이렇게 늘어났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by 빛에대하여 | 2018/09/25 22:27 | 기억에 남은 책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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